백화점선 퇴출, 매출 뚝…토종 구두의 '눈물'

입력 2022-03-09 19:52   수정 2022-03-10 05:13

한때 ‘백화점의 얼굴’로 불리는 1층에 자리잡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토종 브랜드 구두 매장이 백화점에서 퇴출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졸업식 등 공식 행사는 물론 정장을 입는 소비자가 줄어들며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내년까지 진행하는 명동본점 MD(상품기획) 개편 과정에서 토종 제화업체 매장이 몰려 있는 지하 1층구두매장을 축소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지하 1층은 금강제화부터 닥스구두, 소다 등 국내 브랜드 구두 매장만 26곳이 모여 있어 ‘구두의 성지’로 불린 곳이다. 입학·졸업식이 있는 2~3월엔 구두를 사러 온 소비자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점포 리뉴얼에서 토종 구두 매장은 찬밥 신세가 됐다.

더현대서울은 지난달 17개 국내외 제화 브랜드 가운데 4개 국내 브랜드 매장을 철수시켰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해외 브랜드 위주로 MD를 개편하면서 국내 토종 구두 매장이 퇴출 1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제화업체는 시장 트렌드 변화를 읽지 못하고 수입 브랜드에 밀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면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 영업 구조 탓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더욱 컸다.

국내 3대 제화업체로 불리는 금강제화와 형지에스콰이아, 엘칸토의 실적은 최근 수년간 급감했다. 국내 1위 제화업체인 금강제화의 지난해 매출은 10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20년 전인 2001년 4508억원에 비해선 75% 이상 감소한 수치다. 형지에스콰이아의 지난해 매출도 712억원으로, 2020년(773억원)에 비해 8% 줄었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격식을 차린 구두보다 운동화로 수요가 이동하는 가운데 피혁 가격이 올라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패션 브랜드 인기가 높아진 것도 토종 제화업체 매출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월 해외 브랜드 구두 매출은 전년 대비 56.9%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해외 브랜드 여성 구두 매출이 23.2%, 남성 구두는 15.3% 각각 늘었다.

제화업계는 캐주얼 스니커즈 비중을 늘리고 백화점 대신 홈쇼핑, 온라인 등으로 유통채널 다각화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형지에스콰이아의 올 봄·여름 시즌 제품 물량 중 캐주얼화 비중은 60%에 이른다. 구두 브랜드 소다도 봄·여름 시즌 캐주얼 스니커즈 물량을 전년 대비 15% 늘렸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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